독서

책 :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J:won 2024. 6. 11. 23:34

 
 


 
책을 읽기 위해 필요한 것 
 
- 사실적 독해 
- 추론적 독해 
   ex) 속담, 티끌모아 태산 -> 작은 것도 꾸준히 모으면 큰 것을 이룰 수 있다
- 비판적 독해
  내용이 적절한지, 근거가 타당한지. 헛다리 짚지 않도록..
- 창의적 독해
- 감상적 독해
 
해석에 있어서는 최소한의 타당성은 있어야 하므로 지나치게 기이한 해석은 경계하도록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발문 중
 
 
박준의 희소한 가치는 그가 같은 세대의 시인들 중 드물게도
모국어의 역사적 심미성을 귀하게 여긴다는 것
관념어를 거의 쓰지 않고 경어체를 구사한다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 시집은 사계절에 대응한다
⎡그해 봄에⎦(1부) , ⎡여름의 일⎦(2부) , ⎡가을의 말⎦(3부), ⎡겨울의 말⎦(4부)
 
'그해'라는 시어가 많이 등장하는데
99p 중 '그는 "그해"라고 말문을 여는 순간 쓸 것이 떠오르는 사람인 것 처럼 보인다. 
돌아보며 씌어지는 글만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라는 글이 있다 
지난 날들을 회상하고 자주 곱씹으며 글에 담아두는 나로썬 꽤 의미있는 말이었다
 
그렇지만 그에게서 흥미롭게 나타나는 현상은 
그 회상의 시들을 '현재에서 과거를 돌아본다'는 상황만이 아니라 '과거가 현재에 도착한다'라고 말해야 할 상황으로 그리기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과거의 어떤 말들이 시간을 건너 현재의 내게로(어딘가로) 도착하는(흘러가는) 순간을 그리는 시가 많다
 
과거는 더 먼 과거로 흘러가버리는 것이 아니라 때가 되면 지금 이곳으로 거슬러 올라온다는 것이 그의 시간관이다.
그렇다면 과거가 현재로 이어져오는 것이라면, 지금의 이 현재도 언젠가 미래로 이어져갈 것이 아닌가
그는 현재로 오는 과거를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미래에 도착할 현재를 정성껏 살아가기도 해야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박준의 사랑관이 보인다.


48p, 장마 부분중
 
내가 처음 적는 답장에는
갱도에서 죽은 광부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들은 주로 
질식사나 아사가 아니라
터져 나온 수맥에 익사를 합니다
 
하지만 나는 곧
그 종이를 구겨버리고는
 
이 글이 당신에게 닿을 때쯤이면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새로 적었습니다



죽은 광부들의 이야기 > 현재
글이 당신에게 닿을 때쯤이면 > 미래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 결국엔 미래에 닿을 고쳐 적은 편지



주말이 오면, 그리고 겨울이 오면, 그때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헤아려보는데,
그러면서 그맘때 자신은 또 무엇을 하고 있을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먼 시간을 헤아리고 생각해보는 것"이 그는 좋은데, 그럴 때 그가
"사람을 기다리는 표정"을 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에게 미래는 "당신과 함께 보낼 수도 있을"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시집의 이름인 장마라는 시를 처음 읽고 
이 구절을 이 책의 제목으로 한 이유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발문을 읽고 난 지금에서야 이 책 자체의 모든 내용과 왜 이 단어를 사용했는지에 대한 모든 의문이 해소 되었다. 
글을 쓰며 그리고 다시 그 글을 읽으며 느꼈던 것이 있는데
나는 매일에 고민과 걱정을 안고 있고 그래서 매일이 불안정하다고 생각했으며 평안을 바라는 나로썬 불안정함을 안고 산다는게 꽤나 불만이었다
내가 일상을 기록하고 기록해둔 글을 다시 읽었을 때 나는 자주 웃었고 자주 행복했었다는걸 알게 되었고
자주 그리워했고, 돌아가고싶다 생각했던
모든 일상을 돌아보니 나는 매일에 행복을 느꼈었다 
결국 나는 그냥 자주 행복한 사람이었다
오늘이 지나면 오늘을 또 그리워할테지
 
 
그래서 공감한다.
현재로 오는 과거를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미래로 도착할 현재를 정성껏 살아가기도 해야하는 것을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박준 시집중
 
16p, 그해 봄에 (내가 이 책을 사고 싶었던 이유)
 
얼마 전 손목을 깊게 그은 
당신과 마주 앉아 통닭을 먹는다
당신이 입가를 닦을 때마다
소매 사이로 검고 붉은 테가 내비친다
 
당신 집에는 
물 대신 술이 있고
봄 대신 밤이 있고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 대신 내가 있다
 
한참이나 말이 없던 내가
처음 던진 질문은
왜 봄에 죽으려 했느냐는 것이었다
 
창밖을 바라보던 당신이 
내게 고개를 돌려
그럼 겨울에 죽을 것이냐며 웃었다
 
마음으로는 될 수도 없고
꼭 내 마음 같지도 않은 일들이
봄에는 널려 있었다
 
 
 
42p, 바위
 
・・・ 하늘이 넓어지려 넓어진 것이 아니고
물이 흐르려 흐르는 것이 아니듯
흐릿해지는 일에도 별다른 뜻이 있을까마는 ・・・
 
 
 
64p, 맑은 당신의 눈앞에, 맑은 당신의 눈빛 같은 것들이
 
・・・ 먼 걸음을 하고 있을 당신의 눈을 기릴 수 있다
그런 당신의 눈앞에도 맑은 당신의 눈빛 같은 것들
설핏 내비쳤으면 한다
 
 
 
65p, 나란히
 
새벽의 오한은 어깨로 오고 인후와 편도에 농이 오고
눈두덩이가 부러오고 영은 내 목에 마른 손수건을 매어주고
옆에 눕고 다시 일어나 더운물을 가져와 머리맡에 두고 눕고
이상하게도 자신도 목이 아파오는 것 같다고 말하고 
아픈 와중에도 그런 것이 어디 있으냐고 웃고 웃다보면
새벽이 가고 오한이 가고 흘린 땀도 날아갔던 것인데
영은 목이 점점 더 잠기는 것 같다고 하고 아아 목소리를 내어보고
이번에는 왼쪽 가슴께까지 따끔거린다 하고
언제 한 번 경주에 다시 가보았으면 좋겠다고 하고
몇해 전의 일을 영에게 묻는 대신 내가 목에 매어져 있던 손수건을 풀어
찬물에 헹구어 영의 이마에 올려두면 다시 아침이 오고 볕이 들고
그제야 손끝을 맞대고 눈의 힘도 조금 풀고
마음의 핏빛 하나 나란히 내려두고
 
 
 
72p, 종암동
 
・・・ 아버지가 아버지, 하고 울었다
 
 
 
79p, 숲
 
오늘은 지고 없는 찔레에 대해 쓰는 것보다 멀리 있는 그 숲에 대해 쓰는 편이 더 좋을 것입니다
고요 대신 말의 소란함으로 적막을 넓혀가고 있다는 그 숲 말입니다
우리가 오래전 나눈 말들은 버려지지 않고 지금도 그 숲의 깊은 곳으로 허정허정 걸어 들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오늘쯤에는 그해 여름의 말들이 막 도착했을 것이고요
셋이 함께 장마를 보며 저는 비가 내리는 것이라 했고 
그는 비가 날고 있는 것이라 했고
당신은 다만 슬프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숲에 대해 쓸 것이므로 슬픔에 대해서는 쓰지 않을 것입니다 ・・・ 
 
 
 
90p, 살
 
잔설은 봄을 맞으면서 저마다 색을 가졌고 저는 입으로 바닥을 후후 불어내다가 
이마를 낮게 대었다가 떨어진 편백 나무의 껍질이나 만지작거렸습니다 
・・・ 같이 오래 살아서 당신이 끝끝내 숨겨오던 것들에게 
우리가 함께하지 못한 그해 여름이나, 
폐가 아픈 내 가족의 내력이나,
연한 나의 마음들을 번화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눈 같은 재가 하늘로 날고 날아들고 날아가고 ・・・
 
 
 
94p, 세상 끝 등대 3
 
늘어난 옷섶을 만지는 것으로 생각의 끝을 가두어도 좋았다
눈이 바람 위로 내리고 다시 그 눈 위로 옥양목 같은 빛이 기우는 연안의 광경을 보다 보면
인연보다는 우연으로 소란했던 당신과의 하늘을 그려보는 일도 그리 낯설지 않았다
 
 
 
우연보단 인연이길
소란한 우연이라면 결국 인연이 되지 않을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