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지 않는 시, 구슬기 산문집 셀프 빨래방에 겨울 이불과 여름 시집을 들고 갔다. 무거운 이불이 돌아가는 동안 가벼운 시집을 펼쳤다.그때 자동문이 열리고, 책의 쪽수보다 더 많은 주름을 얼굴에 머금은 할머니가 느릿느릿 들어오셨다.누가 봐도 이곳이 처음인 듯한 걸음. 사람이라곤 손님이 나밖에 없고 키오스크 몇 대만이 요란하게 화상으로 맞이하고 있었다.조심스럽게 일어나 여쭤봤다. "제가 사용법 알려드릴까요?""아니 신기해서 그냥. 미안해." 오지 말아야 할 곳도 아니고 미안할 이유도 없지만, 젊은 사람들 위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노인들은 자주 미안해한다는 걸 알고 있다.나도 처음 여기 들어오니 뭐가 뭔지 몰랐다며 괜찮다고, 몇 번 오니까 겨우 익숙해졌다고 말씀드렸다.그제야 할머니는 용서라도 받은 듯, ..